
경기뉴스광장 강성규 기자 |경기도교육청이 학교폭력 해법을 '처벌 이후'가 아닌 '관계 회복'에서 찾는다.
도교육청은 올해 5월부터 10월까지 100개 희망학교를 선정해 '함께 성장, Let's Grow 프로젝트'를 시범 운영한다고 18일 밝혔다.
이름 그대로 ‘우리 모두 함께 자라자’는 메시지를 담은 이 프로젝트는 학생이 스스로 관계·감성·협력 역량을 기르는 3단계 성장과제로 짜였다. 생활교육과, 융합교육과, 체육건강교육과가 공동 설계한 첫 대규모 융합 사업이라는 점에서 현장의 기대가 높다.
첫 번째 과제 'Let's Talk'는 또래 상담, 회복적 대화 모형을 통해 갈등을 폭력으로 번지기 전에 해결하는 힘을 길러 준다. 학생들은 감정카드를 활용해 "나는 화가 났어"가 아닌 "나는 ○○ 때문에 속상해"처럼 구체적 감정을 표현하고 상대의 감정에도 귀 기울인다.
두 번째 'Let's Art'에서는 미술·음악·연극을 접목해 감정을 창작 언어로 풀어낸다. 교실 벽면을 캔버스로 삼아 '감정 색깔 지도'를 만들고, 반 친구 모두가 출연하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세 번째 'Let's Play'는 협동 스포츠·팀 빌딩 게임으로 마무리된다. 승패가 아니라 경기 중 칭찬 횟수, 전략 공유 정도같이 '협력 지표'를 기록해 평가한다는 게 특징이다.
도교육청은 사업 준비 단계부터 "부서는 다르지만 목적은 하나"라는 기조 아래 3개 과를 원‑팀으로 묶었다. 예산도 지난해 대비 30% 증액해 프로그램 재료비, 외부 강사비, 결과 공유 행사 비용을 지원한다. 시범학교는 지역·규모·학교급을 고려해 고르게 배치했으며, 교육지원청 컨설턴트가 학교별 융합 로드맵 수립을 돕는다.
사업 일정도 촘촘하다. 5월 시범학교를 확정하고 매뉴얼과 키트를 배포한다. 6∼8월에는 성장과제 실행 상황을 점검하고 교사 연수를 병행한다. 9월에는 '모두의 성장, Let's Grow Festa'를 열어 우수 사례를 발표하고 체험 부스를 운영한다. 10월 이후에는 효과 분석 보고서를 작성해 2026년 전면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
현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해 본 한 중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갈등 상황에서 '감정 중간다리'를 놓는 법을 배웠다"며 "장난이 폭력으로 비화되기 전에 스스로 멈추는 장면이 많았다"고 전했다. 다만, 교사 업무 부담, 공간·시간 확보 난제는 여전하다. 이에 도교육청은 교실, 체육관, 복도 등 유휴 공간을 다목적으로 재구성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사업 담당 교사 수당을 현실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