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뉴스광장 정일수 기자 |장관이 매년 만들어 전국 행정기관에 내려보내는 지침이 있다.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38조에 근거한 ‘민원행정 및 제도개선 기본지침’이다. 거기에는 직접 방문할 필요가 없는 민원은 팩스·인터넷·우편으로 신청할 수 있다고 분명히 적혀 있다. 그러나 그 지침이 일선 창구에 닿는 순간 어떻게 멈춰 서는지를, 기자는 오산시 환경사업소 수도과에서 직접 겪었다.
발단은 단순했다. 급수공사 신청을 위해 신청서와 함께 본인 정보 제공 요구서를 갖춰 팩스로 보냈다. 신청서에는 본인 정보 조회 동의까지 마쳤다. 토지대장·건축물대장처럼 행정기관이 행정정보 공동이용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굳이 떼어 오라는 안내가 있었기에, 법이 정한 방식대로 동의서까지 첨부한 것이다.
그러나 전화로 돌아온 답은 “팩스 신청은 안 된다. 직접 와서 작성하고 도장을 찍어라”였다. 결국 먼 길을 달려 창구에 섰다. 왜 직접 와야 하느냐 묻자 담당자는 “여기는 그렇다”고만 했다. 법 제38조에 따른 기본지침을 들어 근거를 묻자 그 물음에는 답하지 않은 채 마치 조사를 받는 사람을 다루듯 주소와 성명을 추궁하듯 물었다. 어제 보낸 팩스를 확인하라 하자 한참을 찾지 못하다가, 다른 직원이 내용을 일러주자 그제야 들여다봤다. 그러더니 묻지도 않은 “반말하지 말라”는 말로 도리어 민원인을 몰아세웠다.
법은 분명하다.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은 법령의 근거 없이 민원 처리 절차를 강화하지 못하도록 한다. 제9조는 부당한 접수 거부를, 제10조는 불필요한 서류 요구를 금지한다. 제4조는 담당자에게 신속·공정·친절·적법한 처리를, 제5조는 민원인에게 그러한 응답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다. “여기는 그렇다”는 관행은 그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
문제는 한 창구의 불친절이 아니다. 장관이 지침을 만들고, 시·도가 정책을 세우고, 시장이 공약을 내건들, 그 마지막 한 뼘인 민원 창구에서 시행되지 않으면 주민은 아무것도 체감하지 못한다. 선출된 권력의 약속도 그 지점에서 멈춘다. 기본지침은 만들어 배포하는 데서 끝나는 문서가 아니다. 교육하고, 시행하고, 점검해야 비로소 살아 있는 행정이 된다.
기자가 겪은 이 한나절의 일은 작은 사건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방식으로 오늘도 어딘가의 주민이 먼 길을 되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지침의 잉크가 마르기 전에, 그것이 창구에서 살아 움직이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