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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교권보호국, “누가 하느냐”…안민석의 결단과 비어 있는 한 칸

경기뉴스광장 정일수 기자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이 던진 화두는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에서 시작됐다. 그는 6월13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기도교육청 ‘교권보호국’ 신설 여부에 대한 공개 토론을 제안했고, 16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는 “지금 교권은 붕괴됐고, 그로 인해 교육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며 가칭 ‘교육활동보호국’의 필요성을 밝혔다. 진단은 날카롭다.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는 현장의 비명을, 당선인은 외면하지 않았다.

 

방향은 옳다. 교권 보호 없이 학습권도 없다는 인식은 현장이 오래 기다려 온 메시지다. 문제는 방법에서 불거졌다. 안 당선인은 “폭력은 절대 안 된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교원 자격이 있는 교사 중 특수부대·해병대·특전사·공수여단 출신이 의외로 많다며 이들의 활용 가능성을 언급해 학생 인권 침해 논란을 불렀다. ‘참교육’ 속 교권감독관이 체벌을 포함한 전권으로 학생을 ‘응징’하는 설정이었던 탓에, 우려는 즉각적이었다.

 

당선인도 빠르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는 17일 SNS에서 “표현과 설명이 충분히 섬세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교권보호는 곧 학생의 학습권 보호이자 공교육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과정이라고 했다. 조직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인식도 분명했다. “시스템을 신설한다고 했을 때 결국 그 안에서 어떤 사람들이 활동하느냐의 문제가 있다”는 말이 그것이다. 바로 이 한마디가 이 정책의 성패를 가른다.

 

학교폭력의 ‘문제’는 폭력이다. 그리고 폭력은 가해 쪽에서 발생한다. 문제를 풀려면 폭력을 일으킨 쪽을 봐야 한다. 그런데 현행 제도의 시선은 정반대다. 법과 예산, 인력은 거의 전부 피해학생을 향해 있고, 정작 폭력의 발생원인 가해학생은 시야 바깥에 있다.

 

피해학생을 두텁게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고 옳다. 다만 그것은 이미 발생한 피해의 ‘수습’이다. 발생원을 바꾸지 않으면 피해는 다른 교실에서 다시 만들어진다. 숫자가 이를 보여준다. 학교폭력 신고는 줄지 않았다. 2023년 학교폭력 신고 건수는 8654건으로 3년 전보다 56% 증가했다. 수습은 정교해졌는데, 발생은 늘었다. 시선이 어디를 향했는지를 통계가 말해준다.

 

가해학생에게 법이 부여하는 것은 ‘조치’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제1항은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하여 서면사과부터 퇴학까지 9가지 조치를 부과하도록 한다. 조문은 ‘선도·교육’을 말하지만, 실제 내용물은 사과·접촉금지·봉사·특별교육·출석정지·학급교체·전학·퇴학, 즉 제재와 분리다. 왜 그 행동이 나왔는지를 묻고 그것을 다루는 절차는 어디에도 없다.

 

더 본질적인 공백은 그다음이다. 그 조치로 문제가 해결되었는지를 검증하는 장치가 법에 없다. 부과된 조치가 재발을 막았는지, 그 학생이 달라졌는지를 측정하고 다시 정책에 반영하는 환류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연구는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한 법제 분석은 출석정지·학급교체·교내·사회봉사 등 분리·반성 조치의 효과가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불복도 급증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가해학생이 청구한 행정심판·행정소송은 크게 늘었고, 본안 인용률은 10% 안팎으로 낮은 반면 집행정지 인용률은 약 50~60%에 이른다. 집행정지 인용률은 낮게는 52%, 높게는 67%대로, 조치는 다투는 동안 멈춰 있고 피해학생 보호는 그만큼 지연된다.

 

정리하면 이렇다. 문제의 발생원인 가해학생에게 법이 주는 것은 제재뿐이고, 그 제재가 실제로 문제를 풀었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는다. ‘조치했으니 끝’이라는 구조다. 그러나 조치는 절차의 종결이지 문제의 해결이 아니다.

 

여기서 한 현장 제안이 주목된다. 행정사이자 화성오산교육지원청의 한 학교폭력전담조사관이 6월17일 경기도교육청에 제출한 정책제안서다. 핵심은 단순하다. 새 조직을 만들지 말고, 이미 사안조사와 화해중재를 겸임하는 학교폭력조사관에게 ‘반응 접근’ 교육을 더해 역할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근거는 경기도교육청 자신의 선례다. 학교폭력조사관은 제도 초기 사안조사만 맡았으나 현재는 화해중재까지 겸임한다. 다른 시도엔 없는 ‘경기형’이다. 같은 방식으로 한 단계 더 확장하자는 제안이라 법적 논란 없이 시행 가능하다.

 

방식은 거창하지 않다. 상담실이 아니라 급식실과 교정에서, 평가하지 않고 듣는 것. 제안자의 표현으로는 “밥 한 끼 같이 먹으면 바로 식구가 된다”는 것이다. 라포 형성 기법을 배우기 전에 한솥밥이 먼저라는 현장의 언어다.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가해학생 불복으로 피해보호가 지연되는 문제 때문에, 학계와 정부의 개선 논의는 주로 쟁송 기간 단축, 학생부 기재 강화, 분리조치 실효성 제고 쪽, 즉 ‘더 강하게·더 빠르게’로 가 있다. 이 제안은 그 흐름과 충돌하지 않는다. 제재를 풀자는 것이 아니라, 제재 옆에 반응에 접근하는 통로 하나를 더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분리와 경청은 양자택일이 아니다.

 

안 당선인의 진단은 정확하고 결단은 필요하다. 다만, 교권보호국이 ‘침해를 막는 방패’라면 그 방패가 향하는 학생을 교실로 되돌리는 ‘통로’가 함께 있어야 정책이 완성된다. 누른 곳에서 터지지 못한 압력은 다른 곳에서 더 크게 터진다는 것이 현장의 오랜 경험칙이다.

 

당선인 스스로 말했듯 답은 결국 ‘누가 하느냐’에 있다.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이력보다 중요한 것은 가해학생의 언어를 아는 사람인가다. 도둑 잡는 형사는 도둑의 마인드를 아는 사람이고, 조폭을 제압하는 형사는 조폭의 언어를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경험이 다른 언어를 만든다.

 

교권보호국이라는 큰 그림에, 가해학생의 말을 판단 없이 들어주는 작은 통로 하나. 시범으로 해보고 효과가 없으면 확대하지 않으면 된다. 법은 두꺼워졌고 신고는 3년 새 56% 늘었지만, 조치가 효과를 냈는지 묻는 칸도, 그 아이의 말을 들어준 어른도 아직 없었다. 정책의 완성은 그 비어 있는 한 칸에서 시작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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